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기 위해 투두 리스트(To-Do List)를 작성한다. 아침에 비장한 마음으로 다이어리에 할 일을 빼곡히 적어 내려가지만 정작 하루가 끝날 때 모든 항목에 체크 표시를 하는 날은 드물다. 오히려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쌓여감에 따라 부채감과 스트레스만 늘어가는 경우가 많다.
투두 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을 단순히 기억해야 할 목록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투두 리스트는 기억을 돕는 메모장이 아니라 실행을 설계하는 작전 지도여야 한다. 오늘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서는 작성 단계에서부터 전략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투두 리스트 작성의 3가지 핵심 원칙을 소개한다.
투두 리스트가 실패하는 이유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는 의욕만 앞세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양의 업무를 리스트에 적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면 리스트는 금세 압박감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뇌과학적으로 뇌는 완료하지 못한 과제에 대해 심리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겪는다. 미완성 항목이 많을수록 뇌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결국 리스트 자체를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따라서 투두 리스트는 욕망의 나열이 아닌 현실적인 실행 계획표가 되어야 한다.
원칙 1: 명사가 아닌 구체적인 행동 동사로 적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스트에 보고서 작성, 운동, 영어 공부와 같이 명사형이나 추상적인 단어로 할 일을 적는다. 하지만 이런 모호한 지시는 뇌가 즉각적인 행동 명령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는 자료 조사, 목차 구성, 초안 작성 등 여러 단계가 필요한데 이를 뭉뚱그려 적으면 뇌는 과제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실행을 미루게 된다.
실행력을 높이려면 행동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동사로 쪼개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 대신 EBS 라디오 20분 청취하기로 적고, 운동 대신 스쿼트 30회 하기로 적는 식이다. 과제의 덩어리를 잘게 쪼개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투두 리스트 작성의 첫 번째 정석이다. 항목을 보자마자 고민 없이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야 한다.
원칙 2: 핵심 과제 3가지에 집중하라
아이비 리(Ivy Lee)의 조언으로 유명한 이 방법은 하루에 처리할 가장 중요한 일 6가지를 적고 그중에서도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현대인의 복잡한 업무 환경을 고려할 때 6가지도 많을 수 있다. 반드시 끝내야 할 핵심 과제(Most Important Task)를 딱 3가지만 선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자질구레한 일 10가지를 처리하는 것보다 핵심 과제 1가지를 완수하는 것이 성과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리스트 상단에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 3가지를 배치하고 그 일을 끝내기 전까지는 다른 업무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3가지를 다 끝내고 시간이 남으면 그때 다른 일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
원칙 3: 예상 소요 시간을 함께 기입하라
투두 리스트 옆에는 반드시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데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을 적어야 한다. 파킨슨의 법칙에 따르면 업무는 할당된 시간을 채울 때까지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마감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과제는 한없이 뒤로 밀리거나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각 항목 옆에 30분, 1시간과 같이 데드라인을 설정하면 뇌는 그 시간 안에 일을 끝내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한다. 또한 소요 시간을 적어보면 애초에 내가 계획한 일들이 하루 안에 물리적으로 소화 가능한 양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자원 안에서 테트리스 블록을 맞추듯 업무 시간을 배치해야 현실적인 리스트가 완성된다.
결론: 기록이 아닌 실행을 위한 도구
잘 쓰인 투두 리스트는 나침반과 같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단순히 할 일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내리고 중요도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며 시간의 제약을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늘부터는 무의미한 목록 작성을 멈추고 실행 가능한 작전 지도를 그려보자. 체크 박스에 하나둘씩 표시가 채워질 때마다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모여 하루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완벽한 하루는 완벽한 계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