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바쁨은 일종의 훈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너무 바쁘다고 불평하지만, 내심 그 바쁨을 자신의 능력이나 중요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모든 요청을 수락하고, 모든 회의에 참석하며, 모든 기회를 잡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성과는 나지 않고, 늘 시간에 쫓기며 피로감만 쌓여간다.
그렉 맥커운은 그의 저서 에센셜리즘에서 이러한 상태를 비본질적인 일에 압도당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더 많은 일을 하려고 애쓰는 비규율적인 추구에서 벗어나, 가장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는 본질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에서는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Less but Better)라는 에센셜리즘의 철학을 이해하고, 복잡한 삶에서 본질을 찾아내는 구체적인 전략을 알아본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다 잘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산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은 결국 에너지를 사방으로 분산시킨다. 에너지를 원형으로 비유하자면, 비본질주의자는 에너지를 모든 방향으로 1밀리미터씩 뻗어나가게 한다. 결과적으로 원의 크기는 그대로이고 어떤 방향으로도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 반면 에센셜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은 한 방향으로만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그 결과 뚫고 나가는 힘이 생기고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곧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 때문에 포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모든 것에 예스라고 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에 예스라고 말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것과 같다.
본질주의자의 핵심 사고방식
에센셜리즘은 단순히 할 일을 줄이거나 거절을 많이 하는 기술이 아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구분하는 사고방식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대다수의 사소한 것(Trivial Many)과 극소수의 중요한 것(Vital Few)으로 나뉜다. 본질주의자는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안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단순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목표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일인가?라고 묻는다. 만약 아니라면 과감하게 제거한다. 더 적게 일함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인 더 적지만 더 낫게와 일맥상통한다. 인생의 군더더기를 덜어낼수록 삶의 본질은 더욱 선명해진다.
에센셜리즘을 실천하는 3단계 전략
복잡한 삶을 정리하고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째, 탐색과 식별이다. 무조건 줄이기 전에 무엇이 진짜인지 가려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생각 주간을 갖는 것처럼, 잠시 멈춰서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때 90점 법칙을 적용해 보자. 어떤 제안이나 기회에 대해 점수를 매겼을 때 90점 이상이 아니라면, 그것은 0점과 같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즉 아니오에 가깝다면 그것은 거절해야 할 대상이다.
둘째, 제거하기다. 본질적인 것을 찾았다면 나머지는 제거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우아한 거절이다. 사람들은 거절을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만, 명확한 거절은 오히려 상대방의 시간을 아껴주는 배려다. 또한 매몰 비용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 붙잡고 있는 프로젝트나 인간관계가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이 일을 선택했을까?라고 자문해 보라. 답이 아니라면 과감히 손절해야 한다.
셋째, 자동화하기다. 장애물을 제거하고 본질적인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매번 의지력을 발휘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루틴을 만들어 저절로 굴러가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쓰기가 본질적인 일이라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 고민 없이 실행에 옮기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결론: 내 인생의 옷장 정리
우리의 인생은 옷장과 같다. 정리하지 않으면 입지도 않는 옷들이 쌓여 정작 입고 싶은 옷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누군가 입으라고 준 옷, 유행이라서 산 옷들로 가득 찬 옷장에서는 나다움을 찾을 수 없다. 주기적으로 옷장을 정리하듯 우리 삶도 불필요한 일정을 버리고 소중한 것에 공간을 내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쓰게 내버려 두지 마라. 당신이 당신의 인생을 설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당신의 인생을 설계하게 된다. 지금 당장 멈춰 서서 물어보라. 나는 지금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 사는 것. 그것이 복잡한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