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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형성에 걸리는 시간은 66일 뇌가 기억하는 자동화의 비밀

허티팁 2025. 11. 15. 12:33

새해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운동, 독서, 금연 등 새로운 습관 만들기에 도전한다. 서점에 깔린 자기계발서들은 흔히 21일의 법칙을 언급하며 딱 3주만 참으면 습관이 완성된다고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막상 21일을 억지로 버텨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22일째가 되어도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힘들고 운동하러 가는 발걸음은 무겁다는 사실을 말이다.

습관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 회로가 재구성되는 생물학적인 과정이다. 뇌가 새로운 행동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자동화하기까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습관 형성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히고, 뇌과학 연구가 제시하는 현실적인 습관 형성 기간인 66일의 법칙과 그 이면에 숨겨진 뇌의 작동 원리를 파헤쳐 본다.

21일의 법칙은 어디서 왔는가

습관 형성에 21일이 걸린다는 설은 성형외과 의사였던 맥스웰 몰츠 박사의 저서 성공의 법칙(Psycho-Cybernetics)에서 유래했다. 그는 환자들이 성형 수술 후 바뀐 얼굴에 적응하거나 팔다리가 절단된 환자가 환상통을 느끼지 않게 되기까지 최소 21일이 걸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는 이 내용이 대중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최소 21일이라는 전제 조건이 사라지고 무조건 21일이면 충분하다는 식으로 와전되었다는 점이다. 몰츠 박사가 말한 것은 뇌가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최소한의 시간일 뿐, 행동이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 잡는 기간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복잡한 행동 패턴을 내면화하기에는 3주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런던 대학 연구팀이 밝혀낸 66일의 진실

그렇다면 실제로 습관이 형성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2009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필리파 랠리 교수 연구팀은 9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12주 동안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점심 식사 후 물 한 잔 마시기 같은 쉬운 습관부터 식사 후 15분 달리기 같은 어려운 습관까지 난이도는 다양했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이 새로운 행동을 의지력 없이도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66일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습관의 난이도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최소 18일에서 최대 254일까지 편차가 매우 컸다는 것이다. 즉 평균적으로 두 달 넘게 꾸준히 반복해야 비로소 뇌가 그 행동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쉬운 행동일수록 빨리 습관이 되고 복잡한 행동일수록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습관의 자동화: 전두엽에서 기저핵으로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처음 새로운 행동을 시도할 때 우리의 뇌는 전두엽을 활발하게 사용한다. 전두엽은 의사 결정, 계획, 의지력을 관장하는 부위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엑셀과 브레이크, 사이드미러를 동시에 신경 쓰느라 진땀을 빼는 이유가 바로 전두엽이 풀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을 반복하면 뇌의 활동 영역이 점차 전두엽에서 기저핵으로 이동한다. 기저핵은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저장하고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관장하는 부위다. 기저핵이 주도권을 잡으면 뇌는 최소한의 에너지만으로 그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베테랑 운전자가 딴생각을 하면서도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운전이라는 행위가 기저핵에 저장되어 자동화되었기 때문이다. 습관 형성의 목표는 바로 이 기저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뇌 가소성: 길을 만드는 과정

이러한 변화는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원리로 설명된다. 뇌세포인 뉴런은 자주 사용하는 회로끼리 더 강력하게 연결된다. 함께 활성화되는 뉴런은 서로 연결된다(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는 헵의 법칙처럼,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 뇌 속에 그 행동을 위한 전용 고속도로가 뚫리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잡초가 무성한 숲길을 헤치고 가는 것처럼 힘들고 느리다. 하지만 매일 같은 길을 오가다 보면 잡초는 사라지고 흙길이 생기며 나중에는 탄탄한 도로가 된다. 66일이라는 시간은 뇌 속에 이 신경 고속도로를 닦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다. 하루 이틀 만에 길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결론: 뇌를 믿고 꾸준함을 유지하라

필리파 랠리 교수의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습관 형성 과정에서 하루 정도 행동을 빼먹는 것은 전체적인 습관 형성에 큰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완벽주의에 빠져 하루의 실패를 전체의 실패로 규정하고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습관 형성의 가장 큰 적이다.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아니라 뇌의 물리적인 구조를 바꾸는 대공사다. 21일 만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당신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을 통해 새로운 신경망을 연결하고 있다. 최소 66일, 길게는 1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반복한다면 뇌는 반드시 자동화라는 선물로 보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