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동안 공부하고 똑같은 강의를 듣는데도 누구는 전교 1등을 하고 누구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입사 동기로 시작했지만 5년 뒤, 10년 뒤의 역량 차이는 천지 차이로 벌어진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지능 지수(IQ)나 타고난 머리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지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달랐다. 최상위권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지능이 아니라 바로 메타인지 능력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이 꿰뚫고 있는 통찰이기도 한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생각에 대한 생각, 혹은 인지에 대한 인지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왜 학습과 성장에 있어 치트키가 되는지, 그리고 후천적으로 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의 차이
메타인지는 크게 두 가지 하위 요소로 나뉜다. 첫째는 자신의 인지 과정을 바라보는 모니터링 능력이고, 둘째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컨트롤 능력이다. 메타인지가 낮은 사람은 모니터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책을 한 번 쓱 읽고 나서 내용을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이를 친숙함의 함정이라고 한다. 눈에 익숙한 것을 아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반면 메타인지가 높은 상위 0.1%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지한다. 교과서를 덮고 방금 읽은 내용을 설명해 보라고 했을 때,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낸다. 그리고 그 모르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시 책을 펴고 공부한다. 즉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기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고, 이것이 효율적인 학습과 성과로 이어진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은 이미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공부하지 않고 넘어간다. 이 작은 차이가 누적되어 엄청난 격차를 만든다.
메타인지가 성장을 이끄는 원리
성장은 내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될 때 일어난다. 이미 잘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숙달일 뿐 성장은 아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현재 수준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직시하게 만든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 따르면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어 자신의 부족함을 보지 못하니 발전이 없다.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데이터로 활용한다. 내가 왜 이 문제를 틀렸는지, 나의 사고 과정 중 어디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를 제3자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실패를 나라는 사람의 결함이 아니라 수정해야 할 전략의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이것이 메타인지가 단순한 공부 머리를 넘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인 이유다.
메타인지를 기르는 3가지 훈련법
다행히 메타인지는 타고난 지능과 달리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다음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이다.
첫째, 설명하기(파인만 기법)를 활용하라. 눈으로 읽을 때는 다 아는 것 같아도 막상 말로 설명하려면 막히는 부분이 생긴다. 바로 그 지점이 내가 모르는 부분이다. 아인슈타인은 6살짜리 아이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한 내용이나 업무 보고 사항을 빈 종이에 안 보고 써보거나, 동료나 가족에게 강의하듯이 말로 설명해 보자. 인출하는 과정에서 나의 지식의 구멍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그 구멍을 메우는 과정에서 진짜 실력이 쌓인다.
둘째, 셀프 테스트를 자주 하라. 편하게 강의를 듣는 것은 수동적인 학습이다. 뇌는 편안할 때 배우지 않는다. 퀴즈를 풀거나 기출문제를 푸는 등 뇌를 귀찮게 하고 시험해야 한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틀렸을 때 기뻐하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답 노트는 학창 시절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업무에서도 실수의 원인을 기록하고 복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셋째, 낯선 환경에 도전하라. 익숙한 환경에서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거나 낯선 분야의 책을 읽는 등 자신을 불편한 상황에 노출시켜라. 낯선 과제 앞에서 쩔쩔매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메타인지가 깨어난다. 겸손하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가질 때 뇌의 모니터링 기능은 더욱 예리해진다.
결론: 나를 객관화하는 힘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던 이유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과거의 지식은 금방 낡은 것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오류를 수정해 나가는 학습 능력 그 자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 메타인지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는 가장 강력한 나침반이다. 오늘 하루,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 질문이 성장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