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거절이다. 무리한 부탁인 줄 알면서도 상대방이 실망할까 봐, 혹은 관계가 틀어질까 봐 억지로 알겠다고 대답해 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치 않는 부탁을 계속 들어주다 보면 결국 내 시간과 에너지는 고갈되고, 상대방에게는 호의가 권리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워런 버핏은 성공한 사람과 정말 성공한 사람의 차이는, 정말 성공한 사람은 거의 모든 일에 NO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거절은 단순히 부탁을 안 들어주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우선순위를 지키고 상대방과의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필수적인 소통 능력이다. 이 글에서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기술을 소개한다.
거절이 어려운 심리적 이유
우리가 거절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절을 당했을 때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뇌과학적으로 거절을 당할 때 느끼는 고통은 신체적인 통증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동일하다고 한다. 즉 우리는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는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에 거절을 주저하게 된다.
또한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은 인정 욕구도 한몫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까 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탁을 수락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거절이며, 나중에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불만 섞인 태도를 보이게 되어 오히려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거절의 제1원칙: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
거절을 잘하기 위해서는 마인드셋부터 바꿔야 한다. 내가 거절하는 것은 상대방이라는 인격체가 아니라, 그가 요청한 무리한 부탁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나는 너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상황이 그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거절할 때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거절은 당연한 권리다. 미안해하는 기색을 과도하게 보이면 상대방은 오히려 설득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더 끈질기게 부탁할 수 있다. 담백하고 명확한 태도가 서로의 시간을 아껴주는 배려다.
실전 거절 기술 1: 쿠션 화법과 샌드위치 기법
가장 기본적인 거절 기술은 긍정적인 말 사이에 거절을 끼워 넣는 샌드위치 기법이다. 서두에는 제안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나 긍정적인 반응(쿠션어)을 먼저 건넨다. 그다음 거절의 의사를 밝히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응원으로 마무리한다.
예를 들어 주말에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저를 좋게 봐주시고 중요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긍정). 하지만 아쉽게도 선약이 있어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거절). 행사가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긍정)."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거절당했다는 느낌보다는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먼저 받게 된다.
실전 거절 기술 2: 즉답을 피하고 시간 벌기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바로 대답하지 말고 시간을 버는 것이 좋다. "스케줄을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혹은 "지금 하던 업무가 있어서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요"라고 말하며 한 템포 쉬어간다.
이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충동적으로 승낙했다가 후회하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상대방에게 내가 당신의 부탁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나중에 거절하더라도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게 한다. 시간을 두고 거절하면 상대방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 충격이 덜하다.
실전 거절 기술 3: 대안 제시하기 (부분적 수락)
부탁을 전면적으로 거절하기 미안하거나 상대방과의 관계가 중요할 때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명확히 거절하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역제안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전체를 맡는 것은 어렵지만, 자료 조사 부분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라거나 "오늘 저녁 식사는 어렵지만, 다음 주 점심은 어떠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는 내가 돕고 싶은 의지가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내 상황에 맞게 주도권을 가져오는 현명한 타협안이다.
결론: 거절은 나를 지키는 울타리
거절은 연습이 필요한 기술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작은 부탁부터 거절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요령이 생긴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존중할 때 유지된다.
정중하게 NO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자 나 자신을 지키는 튼튼한 울타리임을 기억하자.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어디에 쓸지 결정할 권리는 오직 당신에게 있다.